Back to the East End. 런던에서일하기





Cockney speaking cash machine, originally uploaded by Ciao.UK.


3월에 회사를 옮기고 나서 계속 고민했던 것은, 이 새로운 회사가 나랑 맞는지였다. 당연한 고민일지도 모르겠지만, 전 세계적인 불황과 실업의 늪에서 회사를 옮긴다는 것은 분명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고, 그 회사가 잘 맞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 지도 바로 바로 생각해야 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다 잘 되어가는 듯이 보였던 회사일은, 5년 이상 회사에서 일했던 사람들이 하나 둘 씩 빠져나가면서 조금씩 이상해져 갔다. 분명히 내가 주도권을 잡아야 하는 프로젝트인데 엉뚱한 사람이 나에게 명령을 내리고 있었고, 프로젝트 일정을 요구했는데 엉뚱한 자료가 온다거나, 퇴근 시간 직전에 문서 수정을 요구하는 등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것들이 하나 둘 씩 흐트러져 갔다.

윗선에 건의도 넣어보고, 내 매니저와 이야기도 해 보았지만 바뀌는 것은 없었다. 그러다가 디지털 팀 책임자였던 Darren이 갑자기 해임되는 사건이 있었다. 금요일 아침에 나와 이야기를 하고, 저녁에도 웃으며 인사했는데, 월요일에 그 사람의 자리는 비어 있었다. 그리고 CEO의 전체 이메일이 도착했다. Darren이 그만 두게 되었고, 사람들에게 미리 알리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황당했다. 같은 팀에 앉아서 일하고 있었는데, 아무런 언질도 없이 가버리다니. 내 매니저도 아무 것도 모르는 듯 했다. 후에 알아본 바에 따르면 금요일 오후에 CEO와의 면담이 있었고, 거기에서 바로 '잘렸다' 고 했다. 뭐, 그럴 수도 있지, 회사랑 잘 안 맞으면. 이라고 가벼이 여겼고, 그는 바로 더 큰 회사의 더 높은 직책으로 자리를 잡았기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전체 회의에서 CEO가 자기가 CEO 겸 Head of Digital을 맡겠다고 선언했던 것. 전날 보고 온 영화, Horrible bosses가 오버랩되는 순간이었다.

그러고 나서 상황이 정말 나빠지기 시작했다. Senior들이 우르르 그만두었고, 내 매니저였던 Ben도 그만두게 되었다. 회사는 아무도 고용할 생각이 없어 보였지만, 큰 프로젝트를 맡을 역량도 없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런던에서는 여력이 없어서 큰 프로젝트는 시애틀 오피스로 보내야 했던 것 같다.

그래서 다시 이직 준비를 시작했다. 이직할 타이밍도 아니었고, 별로 자리도 많지 않았던 9월이었지만, 전부터 연락하고 있던 대행사 한 군데에서 인터뷰 요청을 받았고, 구직 대행사를 통해 다른 한 군데에서 인터뷰를 잡았다.

그 때부터 재빠르게 움직여서 오퍼를 받고, 임금 협상을 하고, 사직서를 내고, 새로운 회사에 취업하는, 단순하지만 지루한 순서가 반복되었다. 회사의 경영진은 내가 나가면 내 아래 Junior들은 누가 돌보냐며, 원하는 것이 있으면 말하라고 했지만, 이미 질릴 대로 질려버린 터라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내가 원하는 건 배우고, 즐겁게 일하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거지, 누군가를 이끌어갈 재목은 아니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리고 이 기간에 스트레스 때문인지 난생 처음 폐렴에 걸려서 엄청나게 고생하기도 했던 지라 그냥 빨리 그만두고 싶기도 했다. 회사를 그만 두자 마자 열흘간 방에만 누워 있었으니까...

그리고, 지금 다시 East London에 돌아와 있다. 새로 옮긴 회사는 재정도 건전하고, 사람들이 회사에 애착이 강한 것 같았다. 첫날 회사에 출근해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회사를 자랑스러워하고 일을 재미있어 한다는 것이 그대로 느껴졌다.

이제 이직 한 달이 되었다. 아직도 배울 것이 많고, 새 조직에서 어리버리하게 돌아다니며 여기 저기 부딪히고 있지만, 나름 마음에 드는 친구도 몇 명 생긴 것 같고, 새 매니저도 Managing director도 좋은 사람이라 다행이다. 앞으로 어떻게 될 지 모르겠지만, 내가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곳이란 느낌이 들어 기쁘다.


[영국 폭동] '더 이상 사람이 죽어서는 안 됩니다. 진정하고 집에 가세요' 아들을 잃은 한 아버지의 호소 하루하루살아내기



폭도의 차에 치여 숨진 세 명 중 하나의 아버지인 Tariq Jahan의 진정어린 호소문이다. 21세의 Haroon Jahan, 31세의 Shazad Ali, 30세의 Abdul Musavir. 이 세 청년은 지역 사회를 폭도들로부터 지키겠다고 일찍부터 나와서 거리를 지키고 있었는데, 차를 몰고 온 폭도들에 의해 사고가 났고 사망했다.

버밍엄은 다문화 사회로 흑인, 백인, 아시아인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곳이었는데, 차를 운전하던 사람은 카리브계였고, 사고를 당한 청년들은 아시아계였다는 이유로 함께 잘 살아가던 흑인들과 아시아인들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었다고. 아들이 죽은 지 몇 시간 되지 않아서, Jahan씨는 아들의 사진을 들고 다시 거리에 나왔고, 복수를 외치는 주민들과 불안해하는 주민들 앞에 서서 진정할 것을, 법의 심판에 맏길 것을, 그리고 공동체가 단결하여 이 상황을 함께 이겨낼 것을 호소했다고 한다.

기사로 나온 호소문을 차근차근 읽어보는데, 눈물이 난다.

슬퍼할 시간조차 너무나 모자랄 이 아버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 앞에 나와서 이렇게까지 호소한 것도 그렇고, 이렇기 때문에 이 나라가, 이 사회가 돌아가는구나, 앞으로도 이 나라는 미래가 있구나 라는 생각도 들고.
곪고 곪은 종기가 터져 나왔으니, 이제는 제발 좋은 일만 있었으면 좋겠다.

아래는 호소문 전문:



(출처: http://www.dailymail.co.uk/news/article-2024375/BIRMINGHAM-RIOTS-Race-murder-victim-Haroon-Jahans-father-Tariq-calls-calm.html?ITO=1490)


한글로 번역 (어설퍼도 이해해 주세요):

내 아들인 Haroon은 21살이었고 좋은 청년이었습니다.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누구나 그 아이를 알았어요. 사람들이 다 거리로 나왔을 때 그 아이도 지역을 지키기 위해 함께 나왔었죠.

내 아들은 우리 지역 사회를 지키기 위해 일어났지만 운이 나쁘게도 어제밤에 두 명의 다른 친구들과 함께 저 세상에 갔습니다. 그 아이는 우리 지역 공동체를, 그리고 여기 사는 사람들을 지키려고 했어요.

폭도들이 주유소와 Soclal Club을 망가뜨렸죠. 제 아들은 젊었고, 여기 사는 모든 지역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어했어요. 사람들이 다 길에 모였을 때 갑자기 차 한대가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게 튀어나왔죠.

난 그 장면을 내 눈으로 보지는 못했어요.. 나는 가까이에 있었지만.. 자동차가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는 소리만 들었어요. 뭔가가 쓰러지는 소리를 듣고 뛰어갔을 때 세 명이 바닥에 쓰려져 있는 걸 보있죠. 난 본능적으로 그 세 명을 도와야 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사람들이 누군지도, 얼마나 다쳤는지도 몰랐었지만... 처음에 본 사람을 일단 돕기 시작했는데, 누군가 내 뒤로 와서 말해주었죠. 내 뒤에 누워 있는 사람이 내 아들이라고.

그래서 난 아들에게 CPR (응급 심폐소생술)을 시작했는데.. 내 얼굴도 손도 피로 범벅이 되었어요.

내 아들을 죽인 사람은 군중들에게 차를 몰고 바로 돌진했고 이 죄없는 세 아이를 죽였습니다. 왜? 그런 일을 한 이유가 뭐였을까요? 난 이해가 안 갑니다.

이 아이들은 그저 이 나라 전역에 퍼진 상황들로부터 우리 지역 공동체를 지키고 있을 뿐이었어요. 내 아들은 자기가 사는 동네를 지키려고 했었습니다.

내 아들은 좋은 아이였어요. 아주 아주 똑똑했고, 영리한 아이였어요. 내 막내아들이고, 내가 만약 뭔가 하고 싶을 때 언제나 부탁하는, 언제나 내 일을 도와 해결해주는 그런 아이였어요. 정말 좋은 아이였고, 모두 그 아이를 알았죠. 다들 그 아이를 사랑했어요. 아들을 잃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 정말 설명할 수가 없네요. 난 그 아이를 정말 그리워할 거에요, 그렇지만 오늘부터 이틀만 지나면 세상은 그 아이에 대해 잊어버리겠죠- 아무도 신경조차 쓰지 않겠죠.

난 이번 일에 대해 정부를 비난하지 않아요. 난 경찰을 비난하지도 않습니다. 나는 아무도 비난하지 않아요.

나는 이슬람교인입니다. 나는 성스러운 숙명과 정해진 운명에 대해 믿는 사람이고, 이것이 그의 운명이고 숙명이라면 내 아들은 지금 정해진 길을 간 겁니다. 그리고 신이 그를 용서하시고 축복하실 겁니다.

이 지역에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거리에서 보고 있는 이 상황 자체 (법을 지키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것)로도 상황은 충분히 나쁩니다. 내 가족들은 아들을 위해 슬퍼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사람들은 법이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게 해야 하고요.

오늘 우리는 모든 젊은이들에게 우리가 사는 지역사회를 위해 단결하고 진정하라고 부탁하기 위해 여기 서 있습니다. 이건 인종 문제와는 관계없어요. 우리 가족은 다양한 지역사회 구성원들로부터 위로의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나는 아들을 잃었습니다. 흑인도, 아시아인도, 백인도- 우리는 다 같은 지역 공동체에 살고 있지 않습니까. 왜 서로가 서로를 죽여야 합니까? 왜 우리가 이래야만 합니까? 아들을 잃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앞으로 나와보세요. 아니라면, 진정하고 집에 가세요. 부탁입니다.



  • 비디오 자료 (BBC): http://www.bbc.co.uk/news/uk-england-birmingham-14481061
  • 관련기사 (한글): http://news.nate.com/view/20110811n27487
  • 관련기사 (영문)
  • http://www.guardian.co.uk/commentisfree/2011/aug/11/tariq-jahan-first-generation-muslim-migrant
  • http://www.dailymail.co.uk/news/article-2024375/BIRMINGHAM-RIOTS-Race-murder-victim-Haroon-Jahans-father-Tariq-calls-calm.html?ITO=1490






[영국 폭동] 시민들의 힘! 하루하루살아내기

여기 저기에서 영국에서 폭동이 벌어졌고 그것이 런던을 넘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말이 많다.

경찰도 쓸데 없고 정부는 무능력하며 약탈자들이 판을 치고 인종범죄가 일어나고 있다는 둥.. 말만 들으면 무슨 리비아나 시리아 내전 상황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근데 원래 미디어는 나쁜 걸 더 많이 보도하고, 또 외국으로 송출되는 뉴스들은 왠지 더 자극적이라서...

사실 안에 있으면 상황이 그렇게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맨날 서로 아무 관심도 없이 너는 너, 나는 나 하며 살아가던 사람들이 이 기회로 뭉치게 되었달까.(개인적으로 가장 정확하게 보고 있는 기사라고 생각하는 문화일보의 기사- 재정적자가 낳은 분노세대 폭발하다 http://news.nate.com/view/20110810n11436?mid=n0504)

약탈자들은 지금도 낮에는 숨어 있고 밤에는 나와서 최신 핸드폰을 파는 가게와 신발가게 옷가게를 턴다고 한다. (물론 지역차가 있다)그렇지만 여기 사는 사람들도 바보는 아니고, 정부가 도와 주지 않는다면 스스로 뭔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하고 있다.대표적인 것이 트위터로 시작한 @riotcleanup (www.twitter.com/riotcleanup)활동. 여기 저기 부서지고 망가진 거리들, 건물들 그리고 차들을 시민들이 모여서 스스로 치우고 있다.

덕분에 전철역에는 빗자루와 청소 도구를 든 사람들이 가득하고, 지역 가게들은 그들에게 먹을 것, 마실 것과 청소 도구를 제공하며, 각 지역구의 청소 업체와도 협의해서 같이 일하고 있다. 영국 전역으로 폭력시위가 확산되자 이 트위터 계정도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다. 엊그제만 해도 런던의 몇몇 구역을 같이 청소했는데, 오늘은 맨체스터와 버밍엄 등 런던 밖도 모여서 청소한다고.

이번 사건이 인종 갈등이라고, 다문화 사회의 문제라고 하는 한국의 몇몇 매체의 기사를 보았다. 대체 영국 기사를 어떻게 번역을 해서 올렸기에, 혹은 영국 상황을 조금이라도 알고 그런 기사를 쓰는지 모르겠다. 폭도들 중에 얼굴이 검은 사람들도 몇몇 있는 건 사실이다. 그치만 그만큼 하얀 사람들도, 중동계 사람들도, 인도계나 카리브계도 섞여 있다. 죽은 사람이 흑인인 것이 문제가 아니라, 경찰이 일반 시민에게 총을 쏘고 그 사람이 사망한 것과 그의 가족들이 부당하게 취급 받은 것이 문제였다.

이번 사태의 수습에도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고 있는데, 청소 뿐만 아니라 경찰과 소방서와 함께 방범 순찰을 돌고 폭도들과 정면으로 대치하여 몰아내고 있다.

폭도에 맞서는 용감한 할머니
http://www.youtube.com/embed/6SHKhvVjLIc

청소하기 위해 Clapham High Street에 모인 수백명의 시민들



(관련기사 http://news.nate.com/view/20110810n17890?mid=n0507)(이미지 출처: http://twitpic.com/63f6co)

처음의 발단은 경찰이 일반인을 쏜 것이지만, 모든 경찰이 그렇지는 않으며 지금 이 위험한 상황에 거리로 나와서 사람들을 지켜주는 경찰에 대한 사람들의 신뢰는 대단하다. 경찰들에게 차를 대접하고, 경찰차에게 손을 흔들며 환호하기도 하고, 격려의 말을 건네며, 함께 지역 순찰에 가담하는 등 개인이 자기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하고 있다.

시민들은 차를 대접하고, 경찰들은 쟁반 대신 방패를 제공했다.

(이미지 출처: http://www.flickr.com/photos/pixel-eight/6024429000/)

특히 Dalston 지역을 지키기 위해 그 지역의 터키인과 이란 사람들이 모두 거리로 나온 것이나, Brick Lane을 지키는 방글라데시인들, Whitechapel지역에서 은행을 털려고 했던 폭도들을 몰아낸 무슬림들, Palmers Green을 지키는 그리스인들, Southall을 지키기 위해 몰려나온 수백 명의 시크교도들은 이 사태가 단순히 다문화와 인종 차별 문제로 해석될 수만은 없다는 걸 보여준다.

지역을 보호하기 위해 시크교 사원 근처에 모인 시크교도들



(출처: http://yfrog.com/h62ncccj)

Dalston을 지키는 터키 사람들 (비디오, http://www.guardian.co.uk/uk/video/2011/aug/09/london-riots-london?CMP=twt_gu )

재미있는 것은, 영국 최악의 훌리건들이라고 악명이 높은 런던의 Millwall 구단의 팬들이 '지역 지키기' 에 가담한 것이다. 평소에 기물을 때려부수고 경찰서 유치장을 들락거리는 폭력 훌리건으로 악명이 높은 이 사람들이 어제 (8월 9일) 그리고 그 전날에도, 난장판을 만드는 대신에 대로에 모여서 행진을 하고 순찰을 돌면서 폭도들을 몰아냈다는 것. 덕분에 매일 욕만 먹던 이 사람들이 갑자기 영웅이 되었고 트위터를 비롯한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에는 칭찬이 넘쳐나고 있다.

  • 관련 기사 및 사진: http://www.101greatgoals.com/videos-no-one-loots-us-millwall-fans-praised-for-protecting-eltham/101851/
  • 가디언 지에 실린 기사와 비디오 (Millwall 서포터즈 인터뷰 포함)http://www.guardian.co.uk/uk/video/2011/aug/10/eltham-riots-police-videos
  • 폭도들을 쫓아가서 잡는 Millwall 서포터즈들 (비디오)http://www.youtube.com/embed/p21-zkDlNUY


그와 함께, 트위터를 위시한 소셜 미디어 사이트들에는 여러 캠페인들이 진행되고 있는데, 당황하지 말고 놀라지 말고 차를 마시며 진정하자는 의미의 #operationcupoftea, 우리가 사는 지역을 사랑하고 우리 손으로 보호하자는 #lovelondon (혹은 지역 이름) #standupfortheUK #standuplondon #londonunited 등등 사람들은 메세지와 사진, 글들로 서로에게 힘을 주고 있다.
(출처 및 기사: http://www.mirror.co.uk/news/top-stories/2011/08/09/london-riots-why-we-love-peckham-post-it-notes-defy-rioters-on-boarded-up-poundland-115875-23332540/)



기억에 남는 메시지 몇 개.
  • Let us think abt our communities tonight,talk to neighbours,be vigilant,protect each other.London is our city and our home #standupfortheuk
  • Waterstone's 서점 직원이 인터뷰에서 했던 말: "We'll stay open. If they steal some books they might learn something.
  • “We will not surrender our streets to these mindless morons." (출처- http://www.bbc.co.uk/news/uk-england-london-14456857)
  • "This is a country filled with courage. Everything will be alright. Have a nice evening" - 어제 빅토리아 스테이션에서 스피커로 흘러나온 메시지

Jazz goes into my Flat White! 먹고마시고

영국은 원래 차의 나라로 유명하고,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도 커피보다는 차를 많이 마셨고, 서로 돌아가면서 동료들의 차를 끓여주는 게 일상이었는데, 회사를 옮기면서 이런 일상에도 조금 변화가 왔다. 여전히 차도 많이 마시지만, 회사 앞 커피 가게에서 회의를 하거나, Long Black을 한잔 마시거나 하는 일이 늘어났다. 우리 회사 사람들이 늘상 죽치고 있는 길 건너 커피 가게는 심지어 회사 명함을 가져오면 10% 특별 할인까지 해 준다!!! 회사가 시내에 있어서인지 주변에 정말 좋은 커피 전문점이 많아서, 커피를 마시는 재미도 쏠쏠하다.

[Flat White]


최근 몇 년간 런던의 커피 스타일은 뉴질랜드/호주계 이민자들이 주도하고 있고, 그 분들이 하는 커피 전문점들이 소호를 중심으로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그래서인지 어느 커피 전문점을 가도 Long Black, Short Black, Flat White 같은 뉴질랜드식 (?) 커피 이름들을 쉽게 볼 수 있다 - 심지어 스타벅스나 코스타 같은 커피 체인점들에서도! 어려운 이탈리아 이름들도 여전히 많이 보이지만, 읽기 쉽고 알아듣기 쉬운 영어이름들이 아무래도 나에게는 반갑다.

바로 아래층에 있는 스타벅스는 전 세계에 몇 개 없다는, 희귀 커피를 소량으로 들여와 소개해 주는 Starbucks Reserve Coffee를 다루는 스타벅스다. 갈 때 마다 오지랖 넓은 스웨덴인 바리스타 언니는 이것 저것 물어보면서 수다를 떨며 밀봉 되어 있는 원두를 즉석에서 꺼내어 갈아서 커피를 내려 준다. 스타벅스의 강하게 볶은 커피가 늘 내 취향은 아니지만 그래도 좋은 커피와 짧은 수다는 스트레스 가득한 오후의 활력소.


길 건너가면 있는 커피 가게에선 좋은 Long Black과 Flat White를 파는데, 한 번은 프로젝트 일할 거리를 다 들고 가서 몇 시간 동안이나 앉아서 일하다 온 적도 있다. 원래는 예술 관련 DVD와 CD를 파는 가게였는데, 장사가 안 되어서 업종전환으로 생각한 게 음악 관련 물품들과 커피를 같이 파는 것. 늘 재즈가 흐르거나 예술 영화를 상영하고 있고 지하에 내려가면 더 많은 물품들을 볼 수 있다. 아래 사진은 거기서 매주 혹은 격주로 업데이트하는 가게 앞의 작은 입간판! 지나가면서 업데이트를 체크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런던에서 커피 마실 때 알아두면 좋은 커피 이름들>
  • Short Black: Espresso의 동의어라고 보면 된다. 작고 까마니까 에스프레소! 호주, 뉴질랜드식 커피가게에서 쓰인다
  • Long Black: 뜨거운 물에 Double Espresso 혹은 Double Ristretto를 더해 만드는 커피. 아메리카노와의 차이점은 주로 만드는 순서에서 온다. (아메리카노는 에스프레소에 뜨거운 물을 부어 만든다) 아메리카노보다 진한 맛이 난다. 역시 호주/뉴질랜드식 커피 가게에서 쓰는 말.
  • Flat White: 에스프레소에 증기로 데워진 우유 (steamed milk) 를 부어 만드는 커피로 뉴질랜드와 호주에서 시작되었다. 카푸치노와 다른 점은, 카푸치노는 우유를 증기로 데워서 만들어진 위쪽의 풍성한 거품을 커피에 얹어 만드는 데 비해 Flat White는 아래쪽의 무거운 거품/미세하게 거품난 우유를 이용해서 만든다. 가게에 가서 만드는 걸 보면 뜨거운 우유가 담긴 금속 잔에서 일단 거품을 수저로 덜어내고, 잔을 탕탕탕 하고 바닥에 부딪혀서 위아래 경계를 확실히 만들고, 또 거기서 윗 부분을 수저로 덜어내는 과정을 반복한 뒤에 아래에 가라앉은 가장 무거운 우유를 다른 컵에 옯겨 따르면서 또 한번 걸러내어 사용한다. 커피 맛은 (제대로 만들어졌다는 걸 전제로) 카푸치노보다 덜 느끼하고, 더 걸쭉하고, 진하고 고소한 우유 맛이 난다. 주로 도자기 컵에 담아서 서빙한다 (라떼는 유리컵에 나오는 경우도 많다). 커피를 마시지 않던 남자친구님을 커피의 노예로 만든 커피. (이 글 맨 위에 있는 커피 사진이 Flat White)
  • Black Coffee: 주로 아무것도 넣지 않은 필터 커피 / 드립 커피를 이르는 말. 프랑스식 커피점이나 베이커리 카페 같은 곳에서 많이 쓰이는 말인데, 웬만한 커피 전문점 가서 말해도 다 알아 듣는다. 불어식으로 Cafe Noir라고도 한다. 어떤 가게에 가면 아메리카노나 롱 블랙을 줄까요? 하고 묻거나 걍 알아서 주기도 한다.
  • White Coffee: 커피에 찬 우유를 넣은 것인데, 역시 프랑스식 가게 혹은 애프터눈 티를 파는 영국식 차/커피 전문점에서 많이 쓰는 말이다. 불어로 Cafe Blanc이라고도 한다 (Cafe au lait는 따뜻한 스팀밀크를 넣는다). 미국에서는 Coffee with milk라고 풀어서 쓴다.


왕실 결혼을 축하하는 시민들. 하루하루살아내기



4월 29일에 윌리엄 왕자와 케이트 미들턴의 '세기의 결혼식' 이 있었죠.

그날 그 시간 저와 남자친구는 시내에 나간다고 고군분투 중이었습니다. 제가 Westminster Abbey 근처에 살고, 남자친구도 저희 집에서 5분거리에 사는지라, 둘 다 비슷한 상황이었죠. 주변 교통이 완전 통제되어서, 버스도 없고, 지하철도 제한적으로 운행하고, 유일한 이동 수단은 자전거와 두 다리였습니다. 평소에 잘 다니던 길들도 다들 막혀있어서 한참 한참 돌아가야 했죠.

사람들은 다들 집에서 텔레비전으로 결혼식을 봤다지만 저는 길에서 사람들을 구경했습니다. 결혼식은 한 10분 정도 지나가던 펍에서 봤던 것 같네요. 아, Whitehall을 지나가는데 다우닝가 (수상 관저)에서 큰 스크린 걸어놓고 보는 것도 잠깐 봤어요. 워낙 세기의 결혼식이고, 영국 전역의 축제라서 그런지 2002년 월드컵이라도 다시 돌아온 느낌이었습니다. 특히 결혼식 끝나고 먹고 마시는 길거리 파티가 재미있었어요.

이제 말은 그만하고, 결혼식 관련 사람들의 사진을 쭉 올려볼게요. 윌리엄과 케이트의 사진들이나 왕족과 초대손님들의 사진들도 아름답지만, 결혼식을 지켜본 수많은 사람들의 사진들도 그만큼 재미있고 신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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